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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 장의열전

장의열전(張儀列傳): 혀 하나로 천하를 뒤집은 사나이

“내 혀가 아직 붙어 있는가?” 장의(張儀)


두 남자, 하나의 스승

장의(張儀)는 위(魏)나라 사람이다.

소진(蘇秦)과 함께 귀곡선생(鬼谷先生)에게 배웠다. 소진은 스스로 장의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먼저 쓰인 것은 소진이었다.

장의는 유세를 다니다 초(楚)나라 재상의 연회에 끼었다. 연회가 끝나고 재상의 옥벽(玉璧)이 사라졌다. 문하 사람들이 장의를 의심했다.

“장의는 가난하고 행실이 없으니 반드시 이 자가 훔쳤을 것이다.”

장의를 붙잡아 수백 대를 쳤다. 장의는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풀려났다.

아내가 한탄했다.

“당신이 책 읽고 유세를 다니지 않았더라면 이런 욕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장의가 아내에게 물었다.

“내 혀가 아직 붙어 있는가?”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혀는 있소.”

장의가 말했다.

“그것으로 족하다.”


소진이 판 함정

소진이 여섯 나라 합종을 이룬 뒤,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진나라가 제후들을 공격해 합종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누군가 진나라를 잡아두어야 했다. 소진이 생각했다.

진나라를 다룰 수 있는 자는 장의뿐이다.

그런데 장의는 가난했다. 스스로 진나라로 들어갈 길이 없었다.

소진이 사람을 보내 장의를 슬쩍 꼬셨다.

“소진이 이미 조나라에서 높은 자리에 있으니, 찾아가 보는 것이 어떻겠소?”

장의가 조나라로 갔다.

소진이 문지기에게 일렀다. 며칠 동안 들여보내지 말라.

겨우 접견을 얻었다. 소진이 장의를 당 아래 하인 자리에 앉히고 하인의 밥을 내어줬다. 그리고 면박을 줬다.

“그대의 재능으로 어찌 이 꼴이 되었소? 내가 그대를 부귀하게 해줄 수 없는 것이 아니나, 그대는 거둘 가치가 없소.”

쫓아버렸다.

장의가 분노했다. 옛 친구에게 와서 모욕을 당했다. 제후들 중 진나라만이 조나라를 괴롭힐 수 있다. 진나라로 가자.

소진이 나중에 사인(舍人)에게 말했다.

“장의는 천하의 현사(賢士)다. 내가 그에게 미치지 못한다. 내가 먼저 쓰이게 된 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진나라의 권력을 쥘 수 있는 자는 오직 장의뿐이다. 그러나 가난하여 들어갈 방도가 없다. 그가 작은 이익에 머물러 뜻을 이루지 못할까 걱정되어 모욕을 주어 그 뜻을 불태운 것이다. 그대는 나를 위해 몰래 그를 도우라.”

소진이 조왕에게 말해 금과 수레를 마련했다. 사인이 장의를 따라가며 몰래 모든 것을 대줬다. 장의는 몰랐다.

장의가 진나라 혜왕(惠王)을 만났다. 혜왕이 객경(客卿)으로 삼았다.


진실이 드러나다

소진의 사인이 떠나려 했다.

장의가 물었다.

“그대의 도움으로 내가 여기까지 왔소. 이제 보답하려는데 어찌 떠나려 하오?”

사인이 말했다.

“저는 그대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그대를 아는 것은 소진 어른이십니다. 소진 어른이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해 합종을 깨뜨릴까 걱정하여, 그대가 아니면 진나라를 다룰 수 없다고 여겨, 그대를 분노하게 만들고 저로 하여금 몰래 뒷바라지하게 한 것입니다. 이제 그대가 쓰이게 됐으니 돌아가 보고하겠습니다.”

장의가 탄식했다.

“아, 이것이 내 계략 안에 있었는데 내가 깨닫지 못했구나. 내가 소진에게 미치지 못함이 분명하다. 소진이 살아있는 한 내가 어찌 감히 조나라에 맞서겠는가!”

장의가 재상이 되고 나서 초나라 재상에게 격문을 보냈다.

“전에 그대와 함께 술을 마셨을 때 내가 옥벽을 훔친 것이 아니었건만, 그대가 나를 때렸소. 그대의 나라를 잘 지키시오. 내 이번에는 그대의 성을 훔치러 갈 것이오!”


촉(蜀)이냐 한(韓)이냐

진혜왕 앞에서 장의와 사마착(司馬錯)이 논쟁을 벌였다.

촉나라와 한나라 중 어디를 먼저 치느냐였다.

장의가 말했다.

“위나라, 초나라와 친하게 지내며 삼천(三川)에 군사를 내려 주나라를 압박하십시오. 구정(九鼎)을 얻어 천자를 끼고 천하에 명령을 내리면, 이것이 왕업(王業)입니다. 촉나라 같은 서쪽 변방 오랑캐 땅을 치는 것은 이름도 얻을 수 없고 이익도 크지 않습니다.”

사마착이 반박했다.

“나라를 부유하게 하려면 땅을 넓혀야 하고, 병사를 강하게 하려면 백성을 부유하게 해야 합니다. 촉나라를 치면 땅을 넓히고 백성을 부유하게 하고 병사를 강하게 할 수 있습니다. 주나라를 협박하는 것은 나쁜 이름만 얻고 이익은 불확실합니다.”

혜왕이 사마착의 말을 따랐다.

촉나라를 쳤다. 열 달 만에 손에 넣었다. 진나라가 더욱 강해졌다.


600리의 거짓말

진나라가 제나라와 초나라의 합종을 깨뜨리려 했다.

장의가 초(楚)나라로 갔다. 초회왕(楚懷王)이 최고의 객사를 비우고 직접 맞이했다.

장의가 말했다.

“대왕께서 제나라와 관계를 끊고 약속을 폐하신다면, 상어(商於) 땅 600리를 바치겠습니다. 진나라 여자를 대왕의 비첩으로 삼고, 두 나라가 영원히 형제의 나라가 되겠습니다.”

초왕이 크게 기뻐하며 허락했다. 군신이 모두 축하했다.

오직 진진(陳軫)만이 조문했다.

초왕이 화를 냈다.

“과인이 군사 한 명 내지 않고 600리 땅을 얻었는데 경만 홀로 조문하는 것은 무슨 이유요?”

진진이 말했다.

“진나라가 초나라를 중시하는 것은 제나라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나라와 관계를 끊으면 초나라는 고립됩니다. 진나라가 고립된 나라에 600리 땅을 내줄 이유가 없습니다. 장의는 진나라로 돌아가자마자 반드시 대왕을 배신할 것입니다.”

초왕이 말했다.

“그대는 입을 다물고 과인이 땅 받는 것을 기다리시오.”

초나라가 제나라와 관계를 끊었다.


6리

장의가 진나라로 돌아갔다.

그런데 수레에서 떨어진 척 몸을 다쳤다며 석 달 동안 조정에 나오지 않았다.

초왕이 소식을 들었다.

“장의가 내가 제나라와 관계를 끊은 것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인가?”

용사를 보내 송나라까지 가서 제나라 왕을 욕보이게 했다.

제나라 왕이 크게 노해 진나라와 손을 잡았다.

진나라와 제나라가 합쳐지자 그제야 장의가 조정에 나타났다.

초나라 사신에게 말했다.

“제 봉읍 6리를 삼가 대왕께 드리겠습니다.”

사신이 말했다.

“저는 600리를 받으러 왔습니다. 6리는 들은 바 없습니다.”

초왕이 이 보고를 받고 대노했다.

군사를 일으켜 진나라를 쳤다. 진나라와 제나라가 함께 초나라를 공격했다.

8만 명의 목이 베였다. 장수 굴개(屈匄)가 전사했다. 단양(丹陽)과 한중(漢中) 땅을 빼앗겼다.

초나라가 다시 군사를 일으켜 진나라를 쳤다. 남전(藍田)까지 갔다가 대패했다.

결국 두 성을 떼어주고 진나라와 화의를 맺었다.

진진의 말이 그대로 됐다.


적진에 스스로 뛰어들다

진나라가 초나라 검중(黔中) 땅을 원했다.

초왕이 말했다.

“땅을 바꾸는 것은 원하지 않소. 장의를 내주면 검중 땅을 드리겠소.”

진혜왕이 장의를 보내고 싶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장의가 스스로 나섰다.

혜왕이 말했다.

“초왕이 그대가 600리로 자신을 속인 것에 분노하고 있소. 반드시 그대에게 원한을 갚으려 할 것이오.”

장의가 말했다.

“진나라는 강하고 초나라는 약습니다. 저는 초나라 왕의 총신 근상(靳尙)과 친합니다. 근상은 왕의 애첩 정수(鄭袖)를 섬길 수 있고, 정수의 말은 왕이 다 따릅니다. 또 저는 왕의 사신으로 가는 것이니 초나라가 감히 저를 죽이겠습니까. 설령 죽여 진나라가 검중 땅을 얻는다면 그것이 제 소원입니다.”

초나라로 갔다.

초회왕이 곧바로 가뒀다. 죽이려 했다.

근상이 정수에게 말했다.

“당신이 왕에게 천해질 것을 알고 있소? 진나라 왕이 장의를 매우 아껴, 상용(上庸) 6개 현의 땅과 미녀들을 초나라에 보내고 궁중의 노래 잘 하는 자들을 시첩으로 들일 것이오. 왕은 그 땅과 진나라를 중히 여겨 진나라 여자를 귀하게 여기고 당신은 밀려날 것이오.”

정수가 밤낮으로 회왕에게 말했다.

“장의는 진나라 왕을 위해 일하는 신하입니다. 땅도 받기 전에 죽이면 진나라가 반드시 대거 쳐들어옵니다. 첩과 자식을 데리고 강남으로 피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회왕이 후회하며 장의를 풀어주고 후하게 대우했다.


진나라를 떠나다

장의가 초나라를 나왔다.

소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합종을 지켜줄 자가 없다.

장의가 다시 초왕에게 말했다.

“합종이란 무리한 양들을 몰아 사나운 호랑이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양과 호랑이는 격이 다릅니다.”

그러고는 한나라, 제나라, 조나라, 연나라를 차례로 돌며 각각을 설득했다.

한나라에서는 진나라 병사의 맨몸 전투 능력이 산동 갑옷 입은 자들과 맹분(孟賁), 오획(烏獲) 같은 장사에 비교할 수 없다고 협박했다.

제나라에서는 제나라가 노나라와 싸워 세 번 이겼으나 노나라는 거의 망했고 제나라는 멀쩡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강한 나라와 약한 나라가 싸우면 이기는 쪽이 더 손해라는 역설이었다.

조나라에서는 진나라 군대가 세 방향에서 동시에 압박할 것이라며 겁을 줬다.

연나라에서는 가장 가까운 나라처럼 보이는 조나라가 사실 가장 위험한 적임을 보여줬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고, 군주마다 두려움이 달랐다.

장의는 그것을 정확히 짚어 각각에게 맞는 말을 던졌다.


마지막 계책

연나라에서 돌아오는 길에 소식이 들어왔다.

진혜왕이 죽었다. 무왕(武王)이 즉위했다.

무왕은 태자 시절부터 장의를 싫어했다. 군신들이 날마다 장의를 헐뜯었다.

“신의가 없는 자입니다. 좌우에 나라를 팔아 진나라에 붙어 있습니다.”

제후들도 장의가 무왕에게 밀려났다는 소식을 듣고 연횡을 깨고 합종으로 돌아섰다.

장의가 위기를 느꼈다. 무왕에게 말했다.

“제게 어리석은 계책이 있습니다. 제나라 왕이 저를 매우 미워해 제가 있는 곳이면 반드시 군사를 내어 칩니다. 저를 위나라로 보내주십시오. 제나라가 위나라를 치러 올 것이고, 그 틈에 진나라는 한나라를 치고 삼천(三川)으로 들어가 주나라를 압박하면 구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왕이 옳다고 여겨 수레 30대를 붙여 장의를 위나라로 들여보냈다.

제나라가 과연 위나라를 쳤다.

장의가 다시 계책을 써 제나라 군사를 물러가게 했다.

위나라에서 재상을 1년 지내고 죽었다.


두 그림자: 진진(陳軫)과 서수(犀首)

장의열전에는 장의만 있지 않다.

진진(陳軫)은 장의와 함께 진혜왕을 섬겼다. 장의가 진왕에게 진진을 모함했다.

“진진은 진나라와 초나라 사이를 오가며 초나라를 위해 일합니다.”

진왕이 진진에게 물었다.

“그대가 초나라로 가려 한다는 것이 사실이오?”

진진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오자서(伍子胥)는 자기 군주에게 충성했기에 천하가 그를 신하로 삼고 싶어했고, 증삼(曾參)은 어버이에게 효도했기에 천하가 그를 아들로 삼고 싶어했습니다. 충성스럽고 효성스러운 자는 어디서든 값이 나갑니다. 신이 이 군주에게 충성스럽지 못하다면 초나라가 어찌 신을 쓰겠습니까? 충성스럽기 때문에 버림받는 것이라면 어디로 가지 않겠습니까?”

진왕이 옳다고 여겨 오히려 후하게 대우했다.

한나라와 위나라가 싸운 지 1년이 되도록 풀리지 않았다. 진혜왕이 구해주어야 하는지 물었다. 진진이 말했다.

“변장자(卞莊子)가 호랑이를 찌르려 하자 하인이 말렸습니다. ‘두 호랑이가 소를 먹고 있는데 싸움이 붙으면 큰 놈은 상하고 작은 놈은 죽을 것입니다. 상처 입은 놈을 찌르면 한 번에 두 마리를 잡습니다.’ 지금 한나라와 위나라가 싸우고 있으니 기다리십시오.”

혜왕이 구하지 않았다. 과연 큰 나라는 상하고 작은 나라는 망했다. 진나라가 군사를 내어 크게 이겼다.


사마천이 남긴 말

태사공이 말했다.

삼진(三晉)에는 권변(權變)의 선비가 많다. 합종과 연횡을 말하며 진나라를 강하게 한 자들은 대부분 삼진 사람들이다.

장의의 행실은 소진보다 더했다. 그러나 세상이 소진을 더 나쁘게 보는 것은, 소진이 먼저 죽어 장의가 그의 단점을 드러내며 자신의 연횡설을 세웠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 두 사람은 진실로 나라를 기울어뜨리는 위험한 선비들이다.”


분노는 방향을 정해주면 에너지가 된다

소진이 장의를 설계한 방식이 이 열전의 핵심이다. 장의를 직접 밀어준 것이 아니다. 모욕을 줘서 분노하게 만들고, 그 분노의 방향을 진나라로 틀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데 가장 강한 연료는 돈도 설득도 아니다. 증명하고 싶은 욕망이다.

조직에서도 같다. 누군가에게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면, 칭찬보다 적절한 자극이 더 강하게 작동할 때가 있다. 단, 소진처럼 뒤에서 몰래 받쳐주는 것까지 설계해야 한다. 자극만 주고 내버려두면 그냥 상처다.

장의의 600리 거짓말은 단순한 사기가 아니다. 초왕이 듣고 싶은 말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설계한 것이다. 진진이 바로 꿰뚫어봤지만 초왕은 듣지 않았다.

믿고 싶은 것을 말해주는 자를 경계하라. 그 말이 달콤할수록 뒤를 봐야 한다.

장의는 끝까지 혀 하나로 살았다. 군사도 없고, 땅도 없고, 배경도 없었다. 오직 상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읽는 능력 하나였다.

그것이 천하를 열다섯 해 동안 흔들었다.